전통과 기술 접목한 수출 혁신으로 동남아 3개국 진출 본격화
K-푸드의 글로벌 확산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전통 음식과 첨단 푸드테크를 결합한 혁신적 접근으로 주목받는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동결건조 기술을 기반으로 한식의 해외 진출 장벽을 허무는 ‘미스터그룹’이다.
국내 푸드테크 업계에서 K-푸드 수출은 냉동·냉장 유통의 제약, 높은 물류비용, 현지화의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많은 기업들이 도전과 좌절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2020년 이후 팬데믹을 기점으로 K-푸드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2020년 설립된 미스터그룹(대표 유혜전)은 동결건조 기술을 활용한 ‘블랙락 짜장’, 막걸리 키트와 아티스트 협업으로 탄생한 ‘서리풀 축제’ 시리즈 등으로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3개국 진출을 본격화하며 K-푸드테크 스타트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코로나 역경을 딛고 일어선 재도전의 스토리
미스터그룹의 창업 스토리는 2018년 베트남 진출에서 시작된다. 현지에서 한국 음식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직접 체감한 창업자는 한국 식품 수출 사업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든 계획이 중단되면서 한국으로 돌아와 맨바닥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다.
‘성인병 밀키트’ 아이템으로 정부의 재도전패키지 사업에 선정되어 6천만 원의 지원을 받으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창업자는 곧 한국 식품 수출의 근본적 한계를 깨달았다.
“냉동식품은 물류비 부담과 유통기한의 제약이 커서 수출이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수출을 위해선 실온보관과 긴 유통기한이 필수라는 것을 깨달았죠.”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동결건조 기술을 활용한 제품 개발이었다. 특히 베트남에서 인기가 높았지만 유통기한 문제로 수입이 어려웠던 생막걸리를 ‘물만 부으면 완성되는 키트’로 개발하면서 미스터그룹만의 독창적인 사업 모델이 완성되었다.

아티스트 협업으로 탄생한 ‘서리풀 축제’ 문화 콘텐츠
미스터그룹의 가장 혁신적인 시도는 단순한 식품을 넘어 ‘문화 콘텐츠’로 승화시킨 ‘서리풀 축제’ 시리즈다. 막걸리 작가이자 캘리그라피 아티스트인 권도경 작가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 제품은 막걸리와 김치전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DIY 키트에 한국의 감성과 미학을 담은 예술 작품을 결합했다.
권도경 작가는 전직 광고 카피라이터 출신으로, 수묵과 시, 술을 결합한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한 인물이다. 실제로 삼해소주와 전통주를 직접 빚으며 그 철학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가로, ‘서리풀 축제’ 패키지에는 한국인의 정서와 음주 문화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해외 소비자에게는 단순히 한식을 접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의 정서와 미감, 생활 철학까지 전달하는 문화상품이 되는 거죠. ‘서리풀 축제’는 그래서 ‘식품’이 아니라 ‘작품’입니다.”
현재 기내 면세점 카탈로그 게재와 인천공항 등 주요 공항 면세점에서 K-라이프스타일 관광상품으로 판매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

동결건조 기술로 수출 장벽 해체
미스터그룹의 핵심 경쟁력은 동결건조 기술을 통한 유통 혁신이다. 대표 제품인 ‘블랙락 짜장’은 뜨거운 물만 부으면 바로 짜장소스로 완성되는 혁신적인 제품으로, 실온 보관이 가능하고 유통기한이 2년에 달한다. 무게가 가볍고 조리기구가 필요 없어 캠핑, 등산, 여행지는 물론 불이 없는 기내 환경에도 최적화되어 있다.
현재 한 항공사와 벌크 사이즈 제품 및 단가 협의를 진행 중이며, 커피에 뜨거운 물을 붓듯 한 번에 많은 양의 짜장소스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항공기 기내식 환경에 주목받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비빔밥 다음으로 짜장이 기내에서 만날 수 있는 K-푸드 대표 메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동결건조 기술은 재료의 맛과 향, 영양을 자연스럽게 보존하면서도 실온 보관을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푸드테크다. 특히 콜드체인 인프라가 취약하거나 물류비가 높은 해외 시장에서는 기존 냉동·레토르트 제품과 비교할 수 없는 경쟁력을 발휘한다.
지역 상생 모델로 사회적 가치 창출
미스터그룹의 또 다른 차별점은 지역 농산물과의 상생 협업이다. 충남 서산의 가공기업 ‘충서’와 협업해 개발한 짜장블럭 제품에는 ‘못난이 양파’를 활용하고 있다. 상품성이 떨어져 유통되지 못하는 작거나 모양이 고르지 않은 양파를 사용해 농가 수익 증대와 식재료 낭비 절감을 동시에 실현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이다.
막걸리키트와 김치전키트에도 100% 국내산 쌀가루를 사용해 국내 쌀 소비 확대와 가공 쌀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는 쌀가공협회와 긴밀히 소통하며 우리 쌀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수출용 제품으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동남아 3개국 공략으로 글로벌 진출 본격화
미스터그룹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시장은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각각 다른 문화와 소비 패턴을 가지고 있지만, 젊은 인구가 많고 트렌드에 민감하며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태국의 경우 코트라 지원을 통한 식품박람회 참가에서 좋은 파트너를 만나 매장 1호점, 2호점 오픈까지 연결되며 사업을 확장했다. 베트남보다 생활 수준이 높고 브랜드 가치와 제품의 감성적 포장에 민감한 시장 특성상, 콘셉트와 문화적 스토리를 갖춘 제품이 통하는 곳이라는 판단에서다.
말레이시아는 G-페어 참가를 통해 유력 유통 파트너와 연결되어 현재 백화점 유통망 입점 계약까지 체결한 상태다. 단순한 일방적 수출이 아닌 현지 시장을 깊이 이해하고 맞춤형 전략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푸드테크 플랫폼 기업으로의 비전
향후 1~2년 내 미스터그룹의 가장 큰 목표는 ‘서리풀 축제 키트’와 ‘블랙락 짜장블럭’ 제품을 국내외 시장에 안착시키는 것이다. 한국의 전통 음식과 문화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이 제품들을 K-푸드 대표 아이템으로 자리잡게 하는 것이 1차 목표다.
또한 동남아시아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들을 돕는 컨설팅 사업도 계획 중이다. 현지화, 수출, 유통, 마케팅까지 통합 지원하며 단순한 대행을 넘어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십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장기적으로는 푸드테크 전문기업으로 성장해 간편식, 유산균 제품, 동결건조 기술 기반 상품 등 기술력을 갖춘 제품을 지속 개발하고, 전통과 기술을 잇는 K-푸드 플랫폼 기업으로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수출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고 뛰어다니며 한국 식품의 가능성을 세계 곳곳에서 확인해왔습니다. 단지 음식을 파는 게 아니라, 한국의 맛과 문화, 감성을 함께 전하는 일이라고 믿고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미스터그룹이 제시하는 ‘기술과 문화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K-푸드 수출 모델이 국내 푸드테크 업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리고 동결건조 기술을 무기로 한 글로벌 진출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그 행보가 주목된다. 전미진기자 junmijin83@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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