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스온, 딥테크팁스 선정과 함께 상반기 수출 6억원 돌파… “작은 부품의 큰 변화”
자동차 산업이 친환경을 외치는 시대, 정작 가장 작은 부품 하나는 여전히 환경 유해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면 어떨까. 플렉스온 김형석 대표가 16년간 현대자동차에서 품고 온 문제의식이 바로 여기서 출발했다.
휠 밸런스웨이트. 차량 바퀴의 균형을 맞춰주는 이 작은 부품은 주행감과 직결되는 필수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납과 불소계 물질 같은 환경 유해 소재가 사용되고 있었다. 김 대표는 “왜 자동차는 친환경을 말하면서도, 이렇게 작은 부품은 그대로일까?”라는 문제의식에서 플렉스온이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16년 현장 경험이 만든 혁신 DNA
김형석 대표는 현대자동차에서 16년간 자동차 부품, 특히 타이어 및 고무소재 분야를 담당하며 휠 밸런스웨이트라는 부품을 직접 다뤄왔다.
겉으로는 친환경 차량이 늘고 있지만, 정작 수천만 대의 차량 바퀴에 붙는 이 작은 추 하나에는 아직도 재활용 불가한 소재가 사용되고 있고, 로봇 자동화 공정에 적합하지 않아 수작업에 의존하는 점도 현장 입장에서는 큰 비효율이었다. 특히 해외 OEM들과 협업하면서 이런 구조적 문제는 한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반의 사각지대라는 점을 느꼈다.
현대차에 재직하면서 그의 역할은 그 문제를 개선하는 선에서 그쳤다면, 창업은 그 문제를 처음부터 새롭게 다시 설계해보자는 시도였다. 기존 소재와 구조를 모두 바꾸되, 완성차 공정과 자동화 설비에 맞게 설계하고, 동시에 환경과 생산성, 품질을 모두 만족시키는 새로운 대안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다.
3가지 혁신을 동시에 잡은 기술력
플렉스온이 자체 개발한 플렉서블 밸런스웨이트는 기존 금속 웨이트와 비교해 3가지 핵심 차별성을 갖고 있다.

첫째는 친환경성이다. 기존 금속/불소 복합소재와 달리 재활용이 가능한 고무계 복합소재를 적용했고, 인체 유해성도 현저히 낮췄다. 둘째는 정밀도 측면에서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1g 단위 정밀 조절이 가능해졌고, 차량의 고속 주행 안정성과 정숙성 확보에 유리하다. 셋째는 공정 대응성에서 기존 금속 타입이 대부분 수작업 혹은 반자동 설비에 의존해야 했지만, 플렉스온의 웨이트는 글로벌 AWA 자동화 장비에 최적화되어 완성차 라인의 자동화율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이 기술이 의미 있는 이유는 소재의 친환경성, 기능의 정밀성, 생산성의 효율성을 동시에 잡았다는 데 있다. 플렉스온 제품은 단순한 대체재가 아니라, 기존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품질과 공정 혁신을 동시에 구현한 새로운 유형의 솔루션이다.
글로벌 OEM들이 주목하는 이유
현재 플렉스온은 현대자동차와 협업 중이며, 이외에도 북미 지역의 주요 전기차 제조사, 유럽의 고급차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휠·타이어 어셈블리 기업들과도 공급 협의를 진행 중이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는 친환경 규제와 자동화 비중이 높다 보니, 플렉스온 제품의 PFAS-free 친환경 소재, 자동화 적합성, 고정밀 밸런싱 기능 등이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유럽 고객사에서는 실제 양산 라인 테스트(PoC)를 마무리한 상태이며, 긍정적인 평가를 기반으로 계약 논의를 시작했다.
글로벌 OEM과의 PoC 과정에서 플렉스온 제품은 기존 금속 웨이트 대비 접착 신뢰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고, 정밀한 무게 조절 가능성, 자동화 장비와의 높은 공정 호환성 측면에서 특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웨이트 절단 시 분진 발생이 거의 없고, 로봇 오작동이나 설비 마모가 줄어드는 점도 실질적인 공정 개선 포인트로 인정받았다.
일부 고객사에서는 품질 이슈로 인해 생산 차질이 발생하던 상황이 있었는데, 그 대안으로 플렉스온 제품이 적용되어 공정 불량률을 개선한 사례도 있다.
상반기 수출 6억 원, 투자유치 4억 원의 성장 배경

올해 상반기 플렉스온은 약 6억 원의 수출실적을 기록했고, 전문 인력 2명을 추가로 채용하면서 팀 규모도 한 단계 성장했다. 또 최근에는 4억 규모의 외부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성과들이 단기간에 이루어진 결과라기보다, 명확한 전략 아래 치밀하게 준비해온 실행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우선 첫 번째 전략은 기술은 곧 고객의 문제해결이어야 한다는 관점이었다. 제품을 개발할 때 단순히 좋은 소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OEM과 협력사의 생산성과 품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중심에 두고 접근했다.
두 번째 전략은 초기 시장 집중이었다. 처음부터 모든 시장을 공략하기보다, 자동화 기반 휠 어셈블리 업체 등 제품 도입 가능성이 높은 고객군을 정하고, 그들과의 PoC, 시제품 공급, 양산 전환까지 빠르게 연결하는 전략을 취했다.
마지막으로 내실 있는 팀 운영과 투자자 신뢰 확보도 중요한 기반이었다. R&D, 품질, 영업에 필요한 핵심 인재를 적시에 영입했고, 모든 의사결정을 시장 데이터와 고객 피드백을 중심으로 이뤄오다 보니, 투자자들도 기술이 아닌 시장에 기반한 실행형 팀으로 플렉스온을 평가했다.
딥테크팁스 선정, 기술력 공식 인정
플렉스온은 2025년 7월 중소벤처기업부의 딥테크팁스(Deep Tech TIPS)에 최종 선정되었다. 딥테크팁스는 고난이도 원천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중에서도, 글로벌 확장성과 사업화 가능성이 검증된 기업만 선정되는 고난이도 기술 지원 프로그램이다.
이번 선정은 플렉스온이 보유한 고무계 복합소재 기술과, 이를 바탕으로 한 친환경 휠 밸런스웨이트 및 배터리 열폭주 방지 패드의 시장성을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확보하게 될 연구개발 자금과 네트워크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신규 제품 라인업 확대와 글로벌 고객사 대응 역량 강화에 결정적인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플렉스온이 다음 단계로 준비하고 있는 전기차용 고온내열 패드, 원자력용 특수고무 등 고부가가치 소재 사업에 있어, 딥테크팁스의 지원은 기술 리스크를 줄이고, 상업화 속도를 앞당기는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좋은 기술 뿐만 아니라, 팔리는 기술을 만든다”
2025년 하반기 플렉스온은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건 현재 협의 중인 글로벌 OEM과의 본계약 체결이다. 그동안 PoC를 통해 기술력은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판단하며, 이제는 시장에서 실제로 팔리는 혁신을 만드는 것, 즉 기술을 넘어 사업성과로 이어지는 전환점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김 대표는 “좋은 기술 뿐만 아니라, 팔리는 기술을 만든다”는 것이 플렉스온이 하반기에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전략 슬로건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생산 안정성 확보, 품질 기준 상향, 고객 맞춤형 기술 대응 등 실무 전반에서 조직 역량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플렉스온을 지속가능한 소재 혁신 기업으로 키워가고자 한다. 단순한 휠 밸런스웨이트를 넘어, 현재 개발 중인 전기차용 배터리 열폭주 방지 패드, 원자력·우주 산업까지 확장가능한 고기능성 복합소재 등으로 기술 영역을 넓혀가며, 전 세계 친환경·고신뢰 부품 시장에서 글로벌 밸류체인 안에 자리 잡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김 대표는 “기술과 시장, 그리고 환경을 동시에 고려하는 회사. 작지만 강한 소재기업에서, 글로벌 지속가능 혁신 기업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차근차근 실현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6년간 현장에서 체득한 문제의식으로 시작된 플렉스온의 도전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친환경 전환을 이끌어갈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을지, 그 행보가 주목된다.
박용성 기자(dragon@dt.co.kr)